국민의힘이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후보 단일화라는 중대한 갈림길에 섰습니다.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김문수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후보 간의 단일화 성사 여부가 당의 운명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당 지도부가 김 후보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도 동시에 11일이라는 명확한 시한을 제시하며 단일화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이는 후보 등록 마감일을 목전에 두고 벌어지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자, '김문수 후보의 정당성'과 '대선 승리를 위한 당의 생존 전략' 간의 치열한 충돌 양상으로 해석됩니다.
지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통해 구성된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는 표면적으로 김문수 후보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한 결과입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권성동 원내대표 등 핵심 인물을 공동선대위원장에 배치한 가운데, 특히 김 후보 측이 강력히 요구했던 '단일화추진본부'를 신설하고 유상범 의원을 본부장으로 임명한 점이 주목됩니다. 이는 경선 승리자로서 김 후보의 체면과 발언권을 세워주려는 당 지도부의 제스처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김 후보가 교체를 요구했던 사무총장 문제 역시 후보와의 조율을 거쳐 교체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선대위 구성 및 당무 운영에 있어 김 후보의 의사를 일정 부분 존중하겠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화 제스처'의 이면에는 단일화 성사를 강제하려는 당 지도부의 강력한 의지가 숨겨져 있습니다. 선대위 구성 의결과 동시에 11일까지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는 '최후통첩'성 시한을 제시한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긴급 의원총회 도중 김 후보를 직접 만나 시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당의 절박함을 보여줍니다. 11일은 후보 등록 마감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등록 이전에 단일 후보를 확정하여 대선 레이스에 나서야 한다는 명확한 주문입니다.
당 지도부가 이처럼 단일화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당내 일각, 특히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문수 후보 단독으로는 본선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당 지지층을 넘어 중도 및 비당원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입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덕수 후보가 이러한 확장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조기에 '반이재명 빅텐트'를 가시화하여 안정감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이러한 당의 압박에 대해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경선에서 승리한 '당헌·당규에 따른 정당한 후보'임을 강조하며, 후보로서의 '당무우선권'을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일방적인 시한 설정이나 압박보다는 '원만한 절차'를 통한 단일화 논의를 요구하며, 당 지도부가 자신을 배제하거나 강압적으로 끌고 가려 한다는 데 대한 반발 심리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이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조건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한동훈 전 대표의 제외입니다. 최근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며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한 전 대표를 공동선대위원장에서 배제한 것은 여러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복잡한 단일화 국면에서 특정 인물의 부상이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거나, 혹은 한 전 대표의 향후 정치 행보를 고려한 의도적인 거리두기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의 부재는 향후 선대위 운영 방식과 당내 역학 관계에도 미묘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불어 국민의힘은 10~11일 양일간 전당대회 소집 공고를 냈습니다. 안건은 미정이지만, 이는 단일화 성사 시 단일 후보 추인을 통해 대선 동력을 극대화하거나, 반대로 단일화 결렬 시 발생할 수 있는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양면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후보 등록 마감일과 정확히 일치하는 전당대회 시점은 당 지도부가 단일화 문제를 이 기간 안에 반드시 매듭짓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입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김문수 후보의 '후보로서의 권한 및 절차 존중 요구'와 당 지도부의 '대선 승리를 위한 조기 단일화 관철 의지'라는 두 개의 거대한 축이 충돌하며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11일까지 남은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양측이 접점을 찾아 극적인 합의를 이룰지, 아니면 파국으로 치달아 분열된 채 대선에 임하게 될지가 한국 정치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김문수 후보가 자신의 요구를 얼마나 관철시킬 수 있을지, 당 지도부가 단일화를 위해 어떤 추가적인 명분이나 유인책을 제시할지가 남은 시간의 핵심 관건이 될 것입니다. 단일화 실패는 국민의힘에게 대선 레이스 초반부터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국민의힘의 이번 선대위 구성은 김문수 후보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며 협상의 문을 열어두는 듯 보이지만, 핵심은 11일 단일화 시한을 통한 전방위적 압박입니다. 이는 당 지도부가 현재 상황을 '대선 승리냐 패배냐'의 기로로 인식하고 있으며, 김문수 후보에게 개인적 입지보다는 '당의 대의'를 위한 결단을 촉구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앞으로 몇 일간 국민의힘의 내부 진통과 단일화 협상 과정은 한국 정치사에 기록될 긴박한 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