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덕수 무소속 후보자의 배우자를 둘러싼 '무속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과거의 언론 보도와 정치권의 공세가 맞물리며, 사적인 신념의 영역으로 치부될 수 있는 문제가 공적인 검증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한 후보자 측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이 사안은 단순히 한 개인의 신념 문제를 넘어, 정치 지도자의 주변 인물에 대한 공적 감시의 정당성, 그리고 한국 정치에서 반복되는 '무속' 프레임의 유효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논란의 근원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덕수 주미대사의 부인 최아영 씨가 특정 '영발도사'에게 자문을 구하고 정신세계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특히 동양학자 조용헌 씨가 시사주간지에 기고한 칼럼 '팔자기행'은 구체적인 일화를 담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조 씨는 최 씨와의 식사 자리에서 최 씨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으며, 한 후보자의 꿈 해몽을 '영발도사'에게 의뢰한 결과 '벼슬하는 꿈'이라는 해석을 들었다는 내용을 기술했다. 이 내용은 최 씨의 관심이 단순한 호기심 수준을 넘어섰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후 한 후보자가 '연초 운세나 토정비결 수준'이었다고 해명한 것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 과거 보도가 재조명되면서 한 후보자의 부인이 얼마나 깊이 무속에 관여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한 후보자는 논란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박지원 의원의 주장을 '새빨간 거짓말'로 일축했다. 그는 이미 인사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혔다고 강조했으나, 야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논란을 현 정부를 비판할 때 사용했던 '무속 정권' 프레임과 연결시키며 정치적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변인 논평 등을 통해 "무속 정권이 파면당해 치러지는 선거"임을 강조하며, 유사한 논란에 휩싸인 한 후보자가 대선에 나서는 것은 "염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이 사안이 그 어느 때보다 철저히 검증되어야 할 문제이며, 해명이 부족할 경우 '윤석열 시즌 2'를 넘어 '무속정권'의 재림을 우려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공세는 개인의 신념 문제를 넘어선 정치적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다. 과거 특정 정부에서 발생했던 유사한 논란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과 불신을 파고들어, 한 후보자의 자질과 정권의 정통성에 흠집을 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와 '무속' 혹은 비합리적인 신념의 결합은 유독 높은 민감성을 갖는 주제다. 이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특정 인사들이 비선 실세나 샤머니즘적 조언에 의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합리성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야기했던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불거졌던 일련의 사건들은 '무속'이라는 키워드가 단순한 개인의 신념 문제를 넘어, 국가 시스템의 작동 방식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국민적 우려를 증폭시켰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정치 지도자나 그 배우자의 '무속 논란'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소환하며 대중의 경계심을 극도로 높이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유권자들은 합리적 판단과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운영되어야 할 국정이 비과학적이거나 검증되지 않은 조언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에 대해 깊은 불안감을 느낀다. 따라서 이번 한덕수 후보자의 배우자 관련 논란 역시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닌,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불신이 뒤섞여 폭발력을 갖는 정치적 이슈로 비화한 것이다.
물론 모든 개인은 자신의 신념을 가질 자유가 있으며, 배우자의 신념 때문에 후보자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어디까지가 개인의 자유로운 신앙 활동이고, 어디서부터가 공적 영역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선' 논란의 영역인지는 매우 섬세한 판단이 필요한 문제다. 그러나 공직 후보자, 특히 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꿈꾸는 인물의 배우자는 그 위치의 특성상 일반인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과 검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이 가진 영향력이 사적인 영역을 넘어 공적인 결정에 알게 모르게 스며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이를 '사생활'로만 치부하며 투명한 소명을 거부하는 것은, 오히려 숨기는 것이 있다는 인상을 주어 불신을 키울 수 있다. 한 후보자가 '토정비결 수준'이라고 일축한 것과 10년 전 언론 보도 내용 사이의 간극은 유권자들에게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문을 남긴다. 정치인은 자신뿐 아니라 주변 인물에 대한 국민적 의혹에 대해서도 성실히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할 도의적 책임이 있다.
이러한 논란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언론과 소셜 미디어의 역할도 중요하다. 과거 보도가 재조명되고, 특정 발언이나 일화가 반복적으로 공유되면서 논란은 증폭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실과 추측이 뒤섞이고, 감정적인 반응이 확산되면서 합리적인 토론보다는 진영 논리에 따른 공방으로 변질되기 쉽다. '무속 논란'이라는 자극적인 프레임은 클릭을 유도하고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본질적인 정책 검증이나 후보자의 자질 평가라는 중요한 의제를 뒷전으로 밀어낼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반복적인 논란은 정치 전반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과 냉소를 심화시키고, 정치 효능감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유권자들이 정치인을 평가할 때 합리적인 정책 분석보다는 감성적인 프레임이나 도덕성 논란에 휘둘리게 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번 한덕수 후보자 배우자 논란 역시 단기적인 선거 이슈를 넘어, 한국 정치 문화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 정치권은 이러한 논란을 소모적인 정쟁 도구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합리적인 소통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덕수 후보자 측은 이번 논란의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나, 이미 불거진 과거의 기록과 야당의 거센 공세 속에서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배우자를 둘러싼 '무속 논란'이 다가오는 6월 3일 대선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유권자들이 후보자 개인의 자질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 인물들이나 사적인 영역의 문제가 공적인 영역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력까지도 엄격하게 검증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인과 그 가족은 일반 시민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받으며, 이러한 논란에 대한 진솔하고 납득할 만한 해명 없이는 유권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번 논란은 한국 정치에서 반복되는 '무속' 프레임의 정치적 효용성과 함께,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어디까지 확장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이 이러한 사안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판단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