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통령 선거를 향한 여정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정치의 역동성은 '후보 단일화'라는 오랜 화두에 다시 한번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보수 진영의 주요 인사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후보 간의 단일화 시도가 무산된 '빈손 회동'은 단순한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한국 보수 정치의 구조적 딜레마와 전략적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다가올 대선의 구도뿐 아니라, 보수 진영 자체의 미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이루어진 김문수-한덕수 후보의 회동은 선거일이 임박한 시점에서 보수 표심 결집을 위한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며 많은 기대를 모았습니다. 국민의힘이 당내 절차를 거쳐 김문수 후보를 공식 선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여론조사에서 한덕수 후보의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당 안팎에서 단일화 목소리가 커진 것은, 과거 여러 차례 선거에서 '단일화 효과'를 경험했던 보수 진영의 학습된 반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선거 승리를 위해 다소간의 명분이나 절차를 우회하더라도 '큰 그림'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단일화를 고려하는 경향은 보수 정치의 DNA처럼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회동은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되었습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두 후보 간의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예: 여론조사 반영 비율, 후보 결정 시기 등)에 대한 이견 때문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더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첫째, 두 후보의 정치적 자산과 지지 기반의 본질적인 차이가 단일화 협상의 난항을 초래했습니다. 김문수 후보가 전통적인 당 조직과 당원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다면, 한덕수 후보는 상대적으로 외연 확장을 통한 대중적 지지 확보에 무게를 둔 인물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에, 각 캠프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고수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국민의힘 당 지도부의 미온적이거나 혹은 복잡한 개입 시도가 오히려 후보들 간의 자율적인 합의를 저해했을 수 있습니다. 당내에서는 김문수 후보의 경쟁력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한덕수 후보라는 '새로운 카드'를 통해 선거 판세를 흔들어보려는 전략적 고민이 공존했습니다. 이러한 당의 '보이지 않는 손'이 후보들에게 혼란을 주거나 협상 동력을 약화시켰을 수 있습니다. 셋째, 단일화 논의가 너무 늦게 시작되었다는 시간적 제약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투표 용지 인쇄 마감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각자에게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인식이 양보보다는 최대한의 이익을 얻으려는 전략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빈손 회동'의 결과는 한덕수 후보에게는 중대한 정치적 시험대에 오르게 했습니다. 회동 전 '단일화가 무산되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그의 발언이 이제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가 약속대로 후보 등록을 포기한다면, 이는 보수 진영 내에서 그의 '명분론'을 강화하고 국민의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그의 향후 행보는 상당 부분 국민의힘 지도부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가 후보 등록을 강행한다면, 명분 없는 완주라는 비판에 직면하며 정치적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위험도 존재합니다. 그의 최종 결정은 보수 진영의 대선 구도를 결정짓는 마지막 변수가 될 것입니다.
국민의힘에게 이번 단일화 불발은 단순히 후보 경쟁력 문제를 넘어, 당의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하는 중대한 도전 과제를 안겨주었습니다. 당헌상의 '당무 우선권' 조항을 근거로 후보 교체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절차적 정당성 논란, 김문수 후보 지지층의 강력한 반발, 그리고 당내 극심한 내분과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칫 법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이 예상됩니다. 반면, 현재의 '1강 1약'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보수 표심의 분산으로 인해 승리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해야 합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 있으며, 어떤 선택을 하든 상당한 정치적 후폭풍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당의 리더십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 복잡한 상황을 헤쳐나가느냐에 따라 당의 미래가 좌우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보수 진영의 단일화 시도는 반복되는 패턴이었습니다. 때로는 성공적인 단일화를 통해 정권 창출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과정에서의 첨예한 갈등과 후유증으로 오히려 선거에서 패배하거나 당이 분열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번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실패는 이러한 보수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시스템에 기반한 절차보다는, 선거 막판의 극적인 타결이나 외부 변수에 기댄 '이벤트성' 단일화 시도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는 보수 진영이 진정한 통합과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물 중심의 단일화 논의를 넘어, 당의 비전과 정책, 그리고 미래 가치를 공유하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이제 대선 시계는 마지막 카운트다운에 돌입했습니다. 투표 용지 인쇄 마감일이라는 물리적 시간 제약 속에서, 보수 진영의 최종 후보 구도는 여전히 안개 속에 있습니다. 김문수 후보가 현재의 입장을 고수할지, 한덕수 후보가 자신의 약속을 지킬지, 그리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에 따라 남은 선거 기간의 판세는 예측 불허의 양상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이번 '빈손 회동'은 단순히 두 후보의 만남 실패를 넘어, 한국 보수 정치가 직면한 깊은 고민과 불확실한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유권자들은 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보수 진영이 과연 책임 있는 리더십과 명확한 비전으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